전단 살포 중지 다음은 대북 확성기 중단…언제, 어떻게 조치하나
대북전단 살포 중지에 이어 확성기 중단도 '곧 결정' 예상
北 호응 없어도 '명분 쌓기' 중요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닷새 만에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하고 나섰다. 통일부가 "전단 살포를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라고 발표하면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대북전단 못지않은 남북 간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인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도 곧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10일 제기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인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단체인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지난 2일을 포함해 올해 세 차례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정부가 단순 '요청'에 그치지 않고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역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물론 북한 역시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감행하고 있어 '상호 중단'이 공약의 궁극적 목표지만, 정부는 '선제적 조치'가 이뤄지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될 이라는 판단 하에 확성기 방송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에 관여한 한 전문가는 "대북전단 살포 중지 요구가 '1호 조치'였다면, 2호 조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될 것"이라면서 이른 시일 내 결정이 내려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접경지 일대의 소음이 사라지고 확성기가 철거되는 등 가시적인 조치가 가능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메시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해당 조치를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조율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며, 확성기 방송의 주무부처인 국방부 장관 임명 후 장관이 발표할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와 우리 정부의 9·19 합의 효력 정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이 맞물려 악화된 정세에서 이뤄진 조치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오물풍선 살포를 중단했지만, 대남 확성기 방송은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북한의 기조가 대북전단 살포 중지 요청,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정부의 조치에 전향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남측과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모두 단절한 채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평화'와 긴장 완화를 앞세운 정부의 조치가 유의미한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북한도 계속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화'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북한 역시 명분을 잃지 않거나 국제사회의 비난 등을 피하기 위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거나 접경지 일대의 긴장 고조 행동을 자제하는 등의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해야 할 정도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방송 시작을 결정했을 때와 달라진 상황은 없는지 등이 충분히 고려된 뒤 신속하게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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