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남해인 김종훈 기자

"이제 1분 남았어"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전 5시 59분 투표소가 열리기 직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센터 앞에는 3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조용히 투표 시작을 기다리며 줄을 섰고 함께 온 부부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 모 씨(76·남)는 "매번 (선거 때마다) 일찍 나왔다"며 "투표에 차질 없게끔 내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강로동 제2투표소는 용산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투표소다.

용산에 5년째 살고 있다는 이 씨는 "대통령은 국민의 행·불행을 좌우한다. 그래서 사심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라든가 양심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라며 "개표 방송도 당연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학을 전공한다는 대학생 신 모 씨(24·남)는 "많은 관심이 있는 만큼 (일찍 투표하러 왔다)"며 "최대한 경제 쪽에 관심을 갖고 투표했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모든 국민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걸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팡이를 짚고 허리가 굽은 채 분홍색 외투를 입고 온 조 모 씨(90·여)는 다른 시민들로부터 양보를 받으며 투표소 안으로 천천히 입장했다. 조 씨는 "(투표를) 이승만 때부터 했다"며 "정치인 보면 날마다 우리가 봐도 이랬다저랬다 거짓말을 한다. 앞으로 더 잘 살아야 하니까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가 지정된 투표소로 가야 한다는 말에 발길을 돌린 시민도 있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자신의 주민등록지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4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나 여기서 투표를 못 한대"라고 말하자 남편이 짜증 섞인 말투로 "그러니까 내가 사전투표하라고 했잖아"라고 답했다. 이 여성은 "이거 미리 좀 알아보고 올 걸"이라고 투덜거리며 귀가했다.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 제3투표소인 종로구보건소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것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차림으로 투표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투표를 마치고는 "밥 먹으러 가자"며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와 함께 투표하러 왔다는 유정민 씨(27·여)는 "어떤 사람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당장의 민심보다는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뽑았다)"며 "청와대가 있을 때 우리 동네가 훨씬 더 활력이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지니 아쉽기도 하고 상인 분들도 문 닫을 지경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60대 후반 홍 모 씨도 "(청와대 나가고 나서) 작년 2월에 나도 식당을 폐업했다. 손님이 다 청와대 직원들이고 기동대 직원들이고 방문객이었는데 장사가 아예 안 돼서 다들 망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민 마 모 씨(67·남)는 "(청와대로) 돌아오고 안 돌아오고는 문제가 아니고 어떤 중심을 갖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쟁을 없애고 통합할 수 있는 사람,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는 방송사 출구조사 요원들이 설문지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들은 부담스러운 듯 대부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곤란한 표정을 짓던 요원들은 "이름 안 써도 된다"고 설득했지만 계속된 거절에 멋쩍게 웃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2896만 8264명이다. 개표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8시 이후 시작되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난 직후인 오후 8시 정각에 나올 예정이다. 당선인 윤곽은 자정쯤 나올 전망이다.

hypark@dunoqogv.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