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 넘은 머스크에 결별 선언…"그와의 관계 끝났다"
관세정책·감세법안 이견 빚어 와…머스크 측근의 나사 국장 지명 철회로 파국
트럼프 "감세법안 맞서 민주당 지원하면 심각한 결과" 경고…머스크 수습 시도 안먹혀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최측근 참모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대통령직을 모욕했으며, 그와의 관계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과 대규모 감세법안을 놓고 이견을 표출해 온 머스크가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를 떠난 직후 급속도로 관계가 악화한 끝에 결국 둘의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됐다.
NBC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며칠간 온라인 설전을 벌인 머스크에 대해 "만약 민주당 후보들을 후원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항인 감세법안에 반대하는 머스크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이를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해 해당 지역구 내 민주당 경쟁자를 지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머스크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했고,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와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일로 너무 바쁘며,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머스크가 대통령 직위에 대한 존중을 결여했다"라고 비난했다. 머스크의 공개 비방에 대해 "그것은 매우 나쁜 일이다. 대통령 직위에 대한 존중을 결여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권력과 최고 부자인 두 사람은 한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브로맨스'(남자들끼리의 끈끈한 우정)를 선보였지만, 대규모 관세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일부 정책을 놓고는 종종 이견을 빚어 왔다.
테슬라 등 다수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관세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이 때문에 트럼프의 '무역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을 공개 비난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 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트럼프 2기의 감세 공약을 집대성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을 놓고 머스크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하순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이전부터 지나친 감세와 과도한 재정지출로 재정적자를 악화시킨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서 물러난 직후 작심한 듯 비난 강도를 높였다. 지난 3일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에 대해 "더는 참을 수 없다"면서 "역겨운 흉물"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공개 발언을 자제했던 트럼프도 지난 5일 머스크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미쳤다"라는 말들로 분노를 감추지 않으면서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 지난 6일엔 "80%의 중도층을 대변할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며 창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가장 쉬운 예산 절감 방법은 일론에게 주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며 머스크의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를 겨냥했고, 이에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하며 '엡스타인 파일'(엡스타인 연루자 명단)에 트럼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연루설과 관련, NBC에 "그것은 '오래된 뉴스'다. 수년간 논의된 구문"이라면서 "엡스타인의 변호사도 제가 그 일과 무관하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관세와 재정적자 등 정책 이견으로 벌어지던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인 장면은 머스크가 밀던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 후보자가 끝내 낙마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재러드 아이잭맨 나사 국장 지명자가 최근 수년간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기부한 내역을 보고받은 트럼프가 격노해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며 방어를 시도했지만 트럼프가 마음을 돌리지 않았고, 이에 머스크가 굴욕감을 안은 채 지난달 달 백악관을 떠났다는 것이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라면서 대화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3개월 전 구매한 테슬라 모델 S 차량의 처분도 계획하고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머스크가 엡스타인 관련 게시물 등 일부 과도한 트럼프 비난 글을 SNS에서 삭제하는 등 수습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더 이상 트럼프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는 1기 임기 당시 책사였던 보수 활동가 스티브 배넌이 지난 6일 머스크의 마약 복용과 불법 체류 의혹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과 관련, NBC와의 통화에서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스페이스X와의 계약 취소에 대해서도 "그걸 할 수는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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