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전략 바꾼 노동계…최저임금 '인상' 대신 '적용 확대' 방점
노동계, 3차 전원회의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안건 상정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경기침체의 여파로 최저임금 인상 논의 판도도 예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년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던 노동계가 올해는 인상률보다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에 초점을 맞추며 전략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도급제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비임금 근로자들의 실태조사를 근거로,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 급증과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 무리한 인상 요구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워진 상황도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오는 29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근거 자료를 준비하면 내년도 심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근 도급 근로자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할 방침이다.
29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이날 노동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최임위 제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3항이 규정하고 있는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책정에 대한 심의 여부를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도급제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확대 적용 논의를 위한 근거 자료를 준비하면 내년도(2025년) 심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노총·민주노총은 최근 도급 근로자 중 대리운전, 가사서비스, 돌봄서비스, 디지털 라벨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13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종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각각 △대리운전 8310원 △가사서비스 8749원 △돌봄서비스 1만1232원 △디지털 라벨러 7416원이다. 돌봄서비스를 종사자를 제외하면 현 최저임금인 '1만 3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노동계는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최저임금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공론화하고,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소득세가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비임금 근로자 수는 2023년 기준 862만명에 달한다. 2019년 669만 명에서 4년 새 193만명,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 수치다.
특히 60대 비임금 근로자 138만명의 연평균 소득은 1764만 원으로, 월 147만원에 그쳐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209만6270원)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거듭 강조 중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은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명줄"이라며 "현장에서 확인한 최저임금의 적용 확대는 시대적 과제이고, 업종별·지역별 차별 적용은 낙인찍기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단지 숫자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헌법과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살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저임금이 평생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이처럼 최저임금 '확대'에 힘을 실으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한 최초 요구안도 예년과 달리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노동계는 27.8% 인상안을 들고나왔지만, 올해 1차 전원회의 근로자위원 모두발언에선 이례적으로 '대폭 인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2차 전원회의에서도 근로자 위원들은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대폭 인상' 등의 표현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노동계 전략 전환을 두고 현실적으로 대폭 인상이 어려운 만큼 적용 확대에 방점을 두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계 한 인사는 "인상률을 고집하며 사용자 측과 평행선을 달리는 것보다는 제도의 보호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인상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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