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지노, 규제만으론 한계…건전성 확보가 생존조건”
[규제의 덫, 묶인 관광]⑤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관광진흥업 속 사행산업…투명한 운영·책임 구조 이뤄져야"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카지노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상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건전한 운영과 사회적 책임을 먼저 보여준다면인식도 바뀔 수 있습니다."
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카지노 산업은 사행성 산업이지만, 동시에 관광진흥업에 포함된 합법 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법적으로 허가한 관광산업이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서는 여전히 불법 도박과 동일 선상에 놓이며 제도적 활용과 전략적 확장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2007년 설립된 행정위원회다. 카지노를 포함한 7개 사행산업의 건전 운영을 감독하며, 불법 도박은 철저히 규제하고 합법 산업은 사회적 책임 기반의 '건전한 여가'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제도권 카지노는 관광진흥법·폐광지역개발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 등 개별 법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운영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제도권 카지노는 총 18개소이며 강원랜드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전용이다.
관광진흥기금 납부, 외화 유치, 고부가 소비 촉진 등에서 관광산업 내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리 대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관광산업적 기여가 큰 만큼 제도권 카지노는 불법 도박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정책이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권 카지노는 정부로부터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만큼 '부작용 최소화'와 '이용자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전제로 한다"며 "투명한 운영과 자율 규제, 도박중독 예방 시스템 구축, 사회공헌 활동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사감위는 강원랜드 등 합법 사행사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건전화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운영의 건전성 △이용자 투명성 △중독 예방 및 치유 △불법 감시 활동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강원랜드는 2024년 최우수 등급(S)을 받았다.
이 사무처장은 "산업이 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면 수익 규모보다 먼저 책임 구조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도권 카지노 역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감위는 7개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을 GDP의 0.48% 이내로 제한하는 '매출 총량제'를 운영 중이다. 2024년 기준 제도권 카지노의 총매출은 약 2조 7000억 원으로, 해당 비율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사감위는 공급자 규제를 넘어 이용자 기반의 데이터 중심 관리 체계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이용자가 중독이 아니라는 점을 증빙할 수 있도록 이용 이력과 상태를 리포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도박 실명제와 같은 제도는 전자화 기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인식 시스템을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로 구분해 예방과 치유 단계까지 대응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도박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스포츠, 자연, 여가 등으로의 시간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대해선 개방형 구조를 유지하되 사업자의 준수사항은 더욱 엄격히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국인 공간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되, 금융 관련 규제와 탈세 방지 등 엄격한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며 "허가권의 유효기간을 정해 긍정적 기여 여부에 따라 갱신형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행성 산업의 속성을 고려할 때 종신적 허가가 아니라 일정 주기의 갱신 평가를 통해 산업의 책임성을 점검하자는 취지다.
복합리조트는 단순한 카지노 시설이 아니라 공연, 쇼핑, 전시, 레저를 아우르는 '도시 콘텐츠 플랫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시설들을 여전히 '개별 사업장'으로만 바라보며 도시 마케팅 전략과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복합리조트를 하나의 시설로만 보는 관점은 산업의 확장을 가로막는다"며 "도시 전체의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원랜드를 대표 사례로 들며 "강원랜드는 단순 카지노가 아니라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된 '한국형 복합리조트'"라며 "카지노뿐 아니라 숙박, 레저, 문화시설 등을 갖춘 모델로 지역 소멸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2000년 개장 이후 지난해 약 1조 364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지노 산업 전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이곳은 도박의 부정 프레임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끌어낸 국가정책형 복합리조트 모델로 평가된다.
이진식 사무처장은 "강원랜드의 성공은 한국형 복합리조트 모델이 해외로도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관광시장에서도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합리조트를 규제의 틀 안에만 가두지 말고, 도시 단위의 관광전략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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