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바카라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초여름 바다의 주인공 한치'

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 1990년대 초 울진에서 군 생활을 했었을 때 오징어회는 흔한 별미였다. 횟집에선 비싼 생선회보다는 생오징어가 많았다. 부대 근처의 작은 항구에서는 막 잡은 오징어를 마리당 500원에 살 수 있었다. 이것을 부대에서 별식으로 먹기도 했다.

가끔 부대 밖을 나가면 생선 말리는 풍경이 흔했다. 쉬고 있는 어선에서도 오징어를 널어 두곤 했다. 휴가 복귀할 때 버스정류장 근처 백반집에 들러 밥을 청하면 작은 회가 반찬으로 나오던, 해물 인심이 후했던 곳이었다.

오징어가 동해안의 별미였다면 남해와 제주에서는 한치가 풍성했다. 제주에 살다 보니 오징어보다 부드러운 한치는 한여름 별미였다. 작은 바닷가 선창가에 가면 저렴한 한치물회를 말아주는데 8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다.

제철 활한치를 맛보려면 동한두기를 가곤 했다. 한두기는 제주말로 '언덕'이라는 뜻이다. 용연계곡의 동쪽 언덕 지역은 여름철 인기가 많았다. 이곳 횟집에서는 한치와 닭백숙을 팔았다. 시원한 대나무 채반에 썰린 한치회를 먹다 보면 뜨끈한 닭백숙이 나온다. 마치 산이 많은 동네의 계곡에 있는 토종닭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바람 많은 제주에 초여름은 유독 포근하고 평화로웠다. 곧 폭염, 태풍이 연례행사로 이어지겠지만, 이때의 낭만에서 한치는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었다.

집어등이 어두운 해안가를 환하게 만들었고 부둣가는 더 밝은 등을 켜두어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어선들이 밤바다를 환히 밝혔다. 제주로 오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이 어선 불빛을 보며 제주에 가까워졌음을 짐작하곤 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멀리 보이던 부둣가 등은 하나씩 구분이 가능해질 정도가 된다.

"제주서 한치 맛보기 어려워져"

비행기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도 한치나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은 근사한 야경을 보여준다. 우주정거장(ISS)에서 생활하던 최고령 우주비행사가 이번 달 지구로 귀환했다. 그는 우주에서 찍은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을 멋지게 담아낸 사진으로 유명하다. ISS가 태국 상공 바다를 지날 때 오징어잡이 어선이 내뿜는 녹색 불빛은 마치 레이저처럼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

이런 낭만을 걷어내면 현실은 혼란 그 자체다. 바다 수온이 오르는 변화폭은 가파르다. 가까운 바다의 한치잡이는 수온 상승으로 전체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제주에서 한치를 맛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한치가 잡히는 지역은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울릉도에 한치가 많이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이렇게 잡힌 한치는 울릉도에서 자체 소비가 어려워 동해안의 후포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30년 전 군 생활을 하던 울진과 가까운 후포항에선 작년부터 한치가 흔하게 잡히기 시작했다. 낚시 동호회의 블로그를 보면 야리이카라고 불리는 한치의 한 종류인 화살오징어가 주로 잡힌다고 한다. 제주에서 주로 잡히는 한치인 창오징어와는 다른 종이다.

이제는 한치를 맛보려면 동해안으로 가야 하는 시절이 돼 버렸다. 군 생활의 기억 때문인지 그 후 한 번도 울진 근처에 간 적이 없다. 한치를 핑계로 한 번쯤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살살 녹는 한치 맛에 씁쓸했던 군 생활 기억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shef73@daum.net

바카라도박 바카라사이트 최고의 카지노사이트
  • 친절한 링크:

  • 바카라사이트

    카지노사이트

    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

    카지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