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 지연금 267억 요구한 엘리엇…2심도 "줄 의무 없어"(종합)
물산-모직 합병 때 '비밀합의' 미정산 약정금·지연손해금 청구
"주식 거래 종결…지연손해금 지급 의무 유지된다 보기 어려워"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비밀 합의'를 통해 지급을 약속한 보상금의 지연손해금 약 267억 원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 박정제 김규동)는 29일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주식 매매 계약을 맺었던 만큼 주식 매매 대금과 함께 지연손해금 청구 권리가 유지된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주식매매 대금을 엘리엇에 지급하고, 엘리엇이 주식을 삼성물산에 교부함으로써 주식 매매 거래는 종결됐고 둘 사이에는 약정금 지급 관계만 남게 됐다"며 "약정금 지급 의무 발생 여부와 그 범위는 합의서 문언에 대한 객관적 해석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 종전 주식 매매 계약의 법률관계에 따라 지연손해금 지급 의무가 당연히 유지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하고 있던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주식매수 청구 가격을 5만7234원으로 제시하자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합병은 가결됐다. 이에 엘리엇은 합병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과 법원에 주가를 제대로 평가해달라는 주식 매수 청구권 가격 조정 신청을 냈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이 낮게 평가됐다며 이에 대한 법적 판결을 구한 것이다.
해당 소송에서 1심은 삼성물산 손을 들어줬지만 엘리엇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사이 다른 주주들의 대법원 재판에서 1주당 주식매수 가격 5만7234원은 너무 낮고 6만6602원이 적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삼성물산은 엘리엇과 '소를 취하하는 대신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했던 다른 주주들이 받는 보상과 동일한 내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비밀 합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항소를 취하하고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엘리엇은 대법원 선고가 나온 2022년 삼성물산으로부터 세금을 공제한 659억 원(세금 포함 약 724억 원)의 추가 지급금을 받았다.
엘리엇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정산된 약정금 및 지연손해금 약 267억 원이 아직 남아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23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은 합의 약정서에 근거해 지급된 659억 원에 지연이자도 다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연손해금, 이행지체금이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비밀 합의에 따라 이뤄진 보상 약정에 지연손해금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이 사건 합의서의 문언상 '본건 제시 가격을 초과해 제공한 주당 대가 또는 가치 이전의 가액'은 주식매수 가격의 원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지연손해금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매수 대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기산점은 동일하나 각 주주 별로 지연손해금 발생 종결일이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주당 대가'로 환산되기 어렵다"며 "합의서에 지연손해금을 주당 대가로 환산하는 정의 규정이나 계산 방식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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