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엔과 하마스를 피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독자적으로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배급소 습격과 총격까지 발생해 유엔의 비판을 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7일 가자 남부 단 두 곳에만 배급소를 내어 수천 명의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식량 배급소로 몰려들었고,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해 47명이나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구호품 창고에 밀어닥친 군중들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이에 유엔은 구호품 배급이 혼란스러운 상태로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이날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미국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가자지구 남부 구호품 전달 작전을 작심 규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성명을 통해 대규모 팔레스타인인 군중이 창고에 난입했고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두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 담당 고위 관계자인 조너선 휘탈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수십 명이 다쳤다고 보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휘탈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어제 우리는 수만 명의 절박한 사람들이 총격받으며 폐허 위에 세워진 군사화된 배급소를 습격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반면 가자인도주의재단은 구호품 배급이 원활했다고 주장했다. 28일 수천 개의 구호 물품을 무사히 전달했다고 밝혔고 27일이든 28일이든 민간인이나 구호 활동가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칸유니스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잘랄 알 홈스는 27일 라파의 텔 알 술탄 지역 배급소에서 구호품을 받으러 가던 중 군중과 이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목격했다. 그는 결국 식량 한 상자도 얻지 못한 채 몇 시간 만에 돌아왔다.

그는 다음날 다시 구호품을 받으러 배급소 한 곳으로 갔지만 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것을 보고 상황이 다시 악화할까봐 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NYT에 "(배급을 총괄하는) 조직이 없다"면서 "오늘도 어제와 끔찍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그동안 구호품인 식량, 연료, 의약품의 상당 부분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갔다고 보고 구호품을 배급해왔던 유엔기구(UNRWA) 등 기존의 구호기관 대신 직접 구호품을 배포하겠다며 가자인도주의재단을 세웠다.

가자인도주의재단은 가자 남부에 네 곳의 배급소를 만들었다. 이 시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으며, 미국의 민간 계약업체들이 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은 이 재단이 인도주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위반한다며 보이콧했다. 이스라엘이 수백 개의 유엔 배급소를 없애고 남부에만 단 네 곳을 만들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이스라엘군의 저지선을 통과하도록 한 것이 인도주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남부에만 보급소를 연 것 역시 생존을 위해 다시 이주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휘탈 유엔 인도주의 담당은 유엔이 배포한 구호품이 하마스에 의해 전용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리어 구호품 분배의 주요 장애물이 가자지구의 무장 갱단인데, 이들 중 다수가 "이스라엘군의 감시 아래" 구호금을 훔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외교부 고위 관계자인 카자 칼라스는 "불균형한 무력 사용과 민간인 사망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인도적 지원이 "결코 정치화되거나 군사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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